쌀국 자영업자입니다.
2주전쯤에 캘리포니아와 마이애미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지만 땅떵이 큼직한 쌀국답게 주위에서 아무도 신경쓰지 않는 분위기 였습니다만 열흘전쯤부터 제가 사는 주에서도 풀턴, 귀넷, 캅 카운티에 연이어 확진자가 발생하며 이제는 무시할래야 무시할 수 없는 분위기네요.
일주일전 아내가 코스코에 장보러 갔다가 완전히 매진된 물과 휴지등을 보고 경악해서 사진을 보내줬습니다. 쌀국에서 10여년을 살면서 코스코에 이렇게 모든 제품이 품절된건 보지 못했는데 첫 세칸이 생수, 나머지가 휴지와 키친타월 그리고 티슈등을 진열한 쉘브입니다.
당장 물과 휴지류가 필요하진 않지만 찝찝한 마음에 직장건너편에 있는 월마트에 가보니 물건은 많지만 손소독제등은 품절이라 몇군데를 돌아보고 나서야 구할 수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의 손님들이 이정도로 구매하니 곧 품절되었을듯 하구요.
알러지가 심해서 꽃가루철인 3-5월에는 재채기를 달고 사는 편인데, 빽뺵하게 줄선 천냥샾(달러트리)에서 연이어 세번정도 재채기를 했더니 앞뒤로 꽤 넓은 공간이 생겼고 유쾌하지 못한 시선도 받았습니다. 흑인, 타리노 지역에서 보기힘든 동양인이다보니 자격지심이겠지라고 생각하고 넘기려고 했는데 다른 가게에서 일할때도 같은 시선을 받는것 같아서 가게 출입도 최대한 자제하고 있습니다.
한국에 계신 부모님께서 마스크 구하기가 힘들다 하셔서 페인팅 일을 하는 라티노 단골손님에게 마스크를 어디서 구하냐고 물어보니 홈디포에서 소포장에 25불짜리 사서 쓰는데 $100을 줘도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도 구할 수 없다고 저보고 빠뜨롱(보스)이 구해줄 수 있으면 자기가 사겠다고 합니다.ㄷㄷㄷㄷㄷㄷ
아내도 병원에서 일하고 CDC에서 일하는 지인들도 있습니다만 누구도 뾰족한 방법은 없는것 같습니다.
병원에서 일하는 아내는 제약회사 세일즈맨들과 얘기하다보면 대부분 코로나 바이러스는 정부 발표보다 광범위하게 퍼졌을거라고 생각하는듯 합니다. 걸리면 치료 받아야지. 건강한 사람들은 괜찮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고 일하는 병원내에서도 코로나 확진자가 발견되었을 경우를 대비한 지침은 아직 없다고 합니다. CDC에서 일하는 랩돌이 지인들은 본인들조차도 be informed, be prepared and be healthy라는 개소리만 듣고 있는 실정이라고 놀랄만큼 정부의 지원이 없다고 불평하는 실정이구요.
교육, 소득수준으로 개인의 정보취득 능력이나 판단력을 재단하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제가 일하는 저소득층 지역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는 정부보조를 받는 저소득층을 제거하기 위한 음모라는 황당한 얘기를 듣기도 하고, 조금전에는 흑인손님 한명이 분위기 파악못하고 중국, 이란같이 잣같은 동네에서 오는 새끼들이 우리를 다 위험에 빠트린다고 말하다가(제가 한국 사람인거 알아서 한국은 언급 안한듯) 백인처럼 보이는 이란손님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습니다. 점잖아 보이던 이란형님 등빨도 좋은데 말빨은 더 좋네여. ㄷㄷㄷㄷㄷ
개인적으로 쌀국에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더 광범위하게 퍼지고 확진자로 가득찰때 무서운건 적시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가, 치료비가 얼마가 나오는가보다 소요사태 발생 또는 인종적 차별이나 편견때문에 밥벌이나 일상생활에 불편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입니다. 사는 지역이나 개인에 따라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겠지만 어눌한 제 억양이나 피부색에서 느끼는 소소한 인종차별들을 최근에 더 자주 느끼고 있고, 무엇보다 찐따들이 위기에 처하면 먼저 찾아내는게 비난하고 책임을 전가할 대상이라는걸 보아왔으니까요.
요며칠 딴게 눈팅을 하다보니 지역차별, 비방적인 글이 많이 눈에 띄는데요. 그래도 타 커뮤니티와 비교할때 자정능력이 워낙 탁월한 곳이니 곧 자체정화가 될테지만 평소 같으면 유배지로 직행할 글들이 적잖은 추천을 받는걸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끄적거려 봅니다. 대구건 경북이건 모두 대한민국이고 그곳에서도 자기자리에서 열심히 일해주시는 분들이 있어서 모두가 안전하다 믿고 싶습니다.
우짜든동 좋은 하루되시라는.... 물론 알바랑 신천지는 제외하구요. ㄷㄷㄷㄷㄷㄷ